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청동의 북촌 한옥마을, 옛 산업지구의 매력을 품은 을지로의 식당 골목, 갤러리아백화점을 배경으로 서 있는 ‘강남돌’, 한남동의 리움미술관 from top left: courtesy of Hemis/Alamy Stock Photo; Mauritius images GmbH/Alamy Stock Photo, Thomas McComb/Alamy Stock Photo; B.O’Kane/Alamy Stock Photo
한남동
최근 10년간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핫스폿으로 떠오른 곳은 단연 한남동이다. 서울 한가운데 있는 남산과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한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활기찬 밤문화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도 이곳에 있다. 특히 주말에는 최신 패션을 장착한 이들이 맛집을 찾아 모이는 덕에 트렌디한 서울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힌다. 리움미술관은 한남동 아트신의 보석 같은 장소다. 리움의 한국 전통미술 컬렉션은 견줄 데가 없으며 현대미술 전시 프로그램도 매우 우수하다. 바로 근처에는 페이스갤러리의 서울 지점이 있다. 첼시 본사를 제외하고 페이스갤러리 지점 중 가장 큰 규모다.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갤러리 공간과 티하우스 겸 칵테일 바가 자리해 있다. 이외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베리어스 스몰 파이어스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있으며, 갤러리 바톤, 디스위켄드룸, 파운드리 서울과 같은 한국의 갤러리들도 근접해 있다. 인근 언덕에는 경리단길을 따라 또 다른 갤러리 밀집 지역이 있다. 한국의 주요 갤러리 P21과 휘슬은 이곳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유럽의 유력한 갤러리인 에스더쉬퍼, 에바 프레센후버, 쾨닉이 합류했다.

삼청동
삼청동은 문화예술의 역사적인 중심지로, 조선 시대의 궁궐인 경복궁과 창덕궁 인근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북쪽의 작은 언덕 위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잘 보존된 한국 전통 건축물이 끝없이 늘어선 장면을 배경으로 도심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유명한 관광명소는 주말이 되면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을 시간 단위로 대여해서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삼청동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및 2000년대 초반 이불, 서도호, 정서영 등 한국 미술계 거장들의 경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아트선재센터,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공예작품을 통해 한국 장인 전통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공예박물관 등 주요 미술관 세 곳이 모여 있다.
또한 이곳에는 국제갤러리와 갤러리 현대 같은 견고한 갤러리들이 위치해 있으며,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 신라, 갤러리 조선 등 오랜 세월 운영돼온 상업 갤러리들도 가까이 있다. 그 외 삼청동의 많은 갤러리 중 최근 들어선 페레스프로젝트, 기체, WWNN, 뮤지엄헤드, 백아트, 바라캇 컨템포러리, 그리고 새로 개관한 푸투라 서울이 주목할 만하다.

청담동
도시의 상류층이 모이는 청담동에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주요 패션하우스의 부티크가 밀집해 있다. 루이비통(프랭크 게리), 돌체앤가바나(장 누벨), 디올(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 샤넬(피터 마리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컬렉터 중 상당수가 이 화려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한강 남쪽에도 주요 갤러리들이 모여들어 부유층을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 최근에 들어선 랜드마크는 스위스의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이 설계한 송은 건축물로, 간결한 콘크리트 외관과 웅장한 삼각형 형태를 보여준다. 송은은 서울의 대표적인 비영리 미술 공간이다. 도산공원 근처에 자리한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의 플래그십 매장 지하층에는 미술계에서 영향력이 큰 아틀리에 에르메스가 있다.
에르메스 맞은편에는 블루칩 갤러리인 화이트 큐브와 페로탕이 지점을 내어 청담동의 명실상부한 강자로 떠올랐으며 글래드스톤과 마시모데카를로와 같은 갤러리도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원앤제이갤러리, 이유진갤러리, 지갤러리와 같은 한국의 갤러리도 청담동의 큰손들을 포섭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을지로
을지로는 한때 수백 개의 섬유 및 금속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던 서울의 산업단지였으나 최근 몇 년간 젠트리피케이션과 재개발을 겪으며 수많은 소규모 사업체들이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을지로가 가진 투박한 매력 덕분에 이곳은 힙스터들의 성지가 됐다. 해가 지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음식점에 프라이드 치킨, 건어물, 골뱅이무침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접이식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좁은 골목길을 채운다.
이러한 대안적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을지로의 전시 공간들은 예상을 벗어난 장소에 위치해 있어 현지인도 찾기가 쉽지 않다. 스페이스 카다로그, 을지로 OF, 중간지점이 가장 실험적인 공간으로 신진작가의 소규모 전시에 특화되어 있다. 그 외 N/A, 에브리아트, YK Presents, 공간 형, PS센터 같은 공간들은 급격히 확대되는 서울의 아트신에서 다음 세대의 작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모험적인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앤디 세인트 루이스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갤러리가 늦게까지 운영된다. 나이트 행사는 을지로(9.2
(월)), 한남동(9.3(화)), 삼청동(9.4(수)), 청담동(9.5(목)) 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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